한국의 범죄발생 추세분석


1. 연구의 목적과 방법

우리 사회는 지난 몇 십년 동안 그야말로 엄청난 사회변동을 겪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60년대 이후의 수 차례에 걸친 사회경제개발계획에 힘입은 사회․경제적 발전은 대단히 눈부신 것이었다. 고도 경제성장의 지속으로 한때는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4마리 용’ 등으로 지칭되기도 하였으며 1995년에는 이른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도 가입하게 되어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부상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근래에 들어 우리 사회는 상당한 고난을 치르기도 하였다. 즉 1990년대 후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우리 경제는 국내 금융시장의 외환보유고의 부족으로 ‘외환위기’로 표현되는 심각한 경제위기단계에 직면하여, 결국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후 이른바 “IMF시대”로 접어들면서 전대미문의 경제불황과 침체를 겪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사회적 격변의 기간동안에 우리 사회의 범죄발생추세가 어떠한 양상을 띠었는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범죄발생율의 변화추세를 살펴보고 또한 범죄자 집단의 특성 및 범죄발생과 관련된 특성 등에 있어서의 변화양상을 분석해 보려고 한다. 이러한 작업은 그 자체로서 기본적인 자료의 축적의 성격을 지닐 뿐 아니라 관련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 및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본 연구에서는 우리 사회의 범죄발생추세를 살펴보고, 이에 따른 범죄발생 양상에서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주된 자료로서는 1965년부터 대검찰청에서 발간되고 있는 공식범죄통계자료인 「범죄분석」지를 이용하였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범죄분석」지는 범죄의 수준이나 유형을 고찰할 수 있는 전국적인 수준의 체계적인 자료를 담고 있다. 또한 이 자료는 우리 나라에서의 범죄발생, 검거, 피의자(범죄자), 그리고 처분결과 등 다양한 항목별로 자세하게 자료를 집계, 정리한 것으로서 우리 나라의 범죄발생 관련통계 중 가장 포괄적이며 자세한 자료이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 나라의 범죄발생추세를 알아보는데 있어서 전체범죄 발생추세, 형법범죄 전체발생추세, 그리고 주요 형법범죄를 유형별로 살펴 보았으며, 자료가 가용한 범위 내에서 그 대상기간을 1964년에서 2001년까지로 하였다. 또한 장기간에 걸친 인구변동의 측면을 감안하여 발생건수자체보다는 인구 10만명당 발생건수인 (범죄)발생율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한편 범죄자의 일반적 특성, 범죄발생 관련특성, 그리고 범죄자 처리와 관련된 특성을 살펴보는데 있어서는, 모든 범죄유형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너무나 범위가 넓어지고 작업이 방대하기 때문에 가급적 형법범죄전체 및 주요 형법범죄유형에 국한하였다. 또한 공히 주로 90년대 이후의 최근 10여년 동안의 범죄발생 관련특성과 범죄자 집단의 특성상의 변화를 주된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이것은 60년대 이후의 전기간을 살펴 보기보다는 최근 10년간의 추세에 주로 역점을 두면서 특히 1998년 이후의 이른바 IMF시대의 상황적 변화를 보다 면밀히 살펴 보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집계, 정리되어 제시되고 있지 않은 주요 외국의 범죄발생추세를 살펴 보았다. 자료 확보의 가용성 등을 고려하여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전체범죄 발생추세와 주요 범죄 유형별로 범죄발생율을 중심으로 그 추세들을 살펴 보았다. 나라마다 범죄유형 구분이나 범죄규정의 내용들이 상이하여 우리 나라와의 직접적 비교는 시도하지 않았다.

 

2. 외국 및 우리 나라의 범죄발생추세

주요 외국의 범죄발생 추세를 요약해 보면,

미국은 시기에 따라 발생추세가 비교적 명확하다. 전체범죄 발생율은 대체로 74년 이후 80년까지 증가하였다가 이어서 84년까지 감소한 후 다시 90년대(91년) 초까지 증가하였다. 이후 2000년까지 지속적으로 일관성있게 감소추세를 보이는데 이 패턴은 거의 재산범죄와 폭력성범죄 발생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패턴은 거의 대부분의 범죄유형에서 발견되며 (주거침입 정도가 약간의 예외) 특히 91년 이후의 감소추세는 공히 예외가 없으며 또한 그 추세가 대단히 완연하다.

영국의 경우는 전체범죄 발생율이 대체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인다. 이것은 특히 폭력성범죄에서 확연하며 강도의 경우는 더욱 뚜렷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재산범죄는 절도를 위시하여 90년대 초에 크게 증가한 후 감소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전체범죄의 발생추세는 70년대 초반 이후 대체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기록됐다. 특히 통독(1991년) 직후의 범죄율의 증가가 두드러지나 이후에는 완만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절도도 위와 같은 패턴을 보이는 반면에 사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주요 폭력성범죄도(예: 상해, 강도) 전체적으로 증가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일본은 교통관련업무상과실범죄를 포함한 전체 형법범죄 발생율은 60년대 후 대체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와는 달리 교통관련업무상과실범죄를 제외한 전체형법범죄는 70년대 초반까지는 감소하였으나 이후 완만한 증가추세가 이어지다가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그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주요 재산범죄인 절도도 90년대 초반까지는 별로 증가하지 않았으나 이후 점차적으로 증가하다가 후반에 크게 증가하였다. 반면에 사기는 대체적으로 완연한 감소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주요 폭력성범죄들도 대체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나 강도가 90년대 들어 특히 후반에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강간도 계속 감소하였으나 90년대 후반의 증가추세가 눈에 띤다.

대체적으로 4개국 중 미국만이 90년대의 완연한 감소추세에 힘입어 대체적인 감소를 보이는 반면, 나머지 3개국은 대체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폭력성범죄의 지속적인 증가가 눈에 띠는 반면, 일본은 폭력성범죄는 대체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나 대표적인 재산범죄인 절도의 점진적 증가가 전체범죄의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특히 90년대에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경기침체 및 불황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에 미국의 90년대의 장기적 경기 호조는 이 시기의 지속적인 범죄발생율의 감소와 결코 무관치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우리 나라의 범죄발생 추세를 요약해 보면,

1960년대 중반 이후 우리 나라의 전체범죄 발생추세는 전체적으로 증가한 추세가 뚜렷하며 이는 특히 특별법범죄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형법범죄는 전기간에 걸쳐 IMF시대 이후의(특히 2000년과 2001년) 증가세를 제외하고는 크게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관련 범죄를 제외하고 본 전체범죄(수정치) 역시 대체적으로 증가한 추세를 보이긴 하나 교통관련 범죄가 포함된 본래의 전체범죄의 증가폭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진다.

「범죄분석」지에 본래 집계되는 형법범죄(수정전)는 최근의(98년 이후의) 증가세를 제외하고는 전기간에 걸쳐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을 포함한 형법범죄(수정치)는 대체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특히 90년대의 증가세가 확연히 두드러진다. 나아가서 IMF시대 이후 근래의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고 그 폭도 대단히 크다.

주요 재산범죄 중의 하나인 절도를 보면 많은 기복을 보이며 대체적으로는 감소하였으나 최근에 IMF시대 이후 (특히 2000년과 2001년) 폭증한 것이 이례적으로 특별히 눈에 띤다. 반면 사기는 전체적으로 크게 증가한 추세를 보인다.  80년대 들어 증가한 추세는 특히 90년대 들어 그 증가세가 그야말로 가히 폭발적이다. 93년 이후엔 (2000년만 제외하고는) 절도보다도 현저하게 높은 발생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 뚜렷하다.

주요 폭력성범죄인 강도와 강간은 많은 기복은 있으나 그 증가세가 확연하다. 특히 IMF시대 직후 크게 늘었으며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살인은 1건대의 비교적 안정적인 발생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IMF시대 도래 이후 2건대로 증가하였고 2001년에는 더 증가하였다. 폭행/상해는 전체적으로 크게 증가한 추세를 보이지는 않으나 IMF시대 원년인 98년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협박과 공갈도 98년 이후 다소 큰 폭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체로 볼 때 주요 폭력성범죄들이 증가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속에서 특히 IMF시대 도래 이후 대부분의 폭력성범죄들의 발생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요 재산범죄들은(예: 사기, 횡령) IMF시대 도래 직후(98년에 특히) 급증한 뒤 99년과 2000년에 감소하는 듯하다가 2001년에 다시 증가하였다. 절도는 2000년에 99년의 2배로 폭증한 후 2001년에도 계속 늘어났다.

요약컨대, 1960년대 중반 이후 지난 37년여 동안 그나마 재산범죄는 기복을 보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증가추세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90년대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사기죄의 급증은 그 중에서도 특히 뚜렷한 현상이며 IMF시대 도래 이후 여타 재산범죄와 함께 더욱 악화된 추세를 보인다. 반면에 폭력성범죄들은 위의 전 기간을 통해 대체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는데 설상가상으로 90년대 후반 들어 특히 IMF시대를 겪으면서 또다시 크게 늘어났고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좀체로 그 기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1997년에 대부분의 유형에서 다소 감소하던 발생추세가 IMF시대 원년인 1998년에 반전되어 증가추세로 전환되었고 이후 약간의 기복은 있지만 일단 크게 증가된 추세가 별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범죄발생 측면에서 IMF시대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상흔(傷痕)을 남기고 있어 이에 대한 다방면의 치유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앞에서 살펴본 범죄자 특성이나 범죄발생 관련특성의 변화 부분에서도 이러한 상흔의 편린(片鱗)들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폭력성범죄의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대해서는 범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종합적 대응책의 수립과 시행이 대단히 시급하다 하겠다.   

 

3. 범죄자 및 범죄발생 관련 특성의 변화 추세

우선 성별면에서 보면, 2001년 전체 형법범중 남성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86%로 여성 범죄자의 6배에 달한다. 전기간을 통해서 보면 여성 범죄자 비율의 점진적 증가가 눈에 띤다. 특히 90년대 들어 대체적으로 증가하다가 IMF시대 원년인 1998년에 20%로 최고에 도달하였다가 최근 감소 경향을 보인다. 여성 범죄자는 특히 사기에서 높은 비율을 보이며 IMF시대 직후인 1998년과 1999년에는 30%대까지 늘어나기도 하였다. 살인에서도 1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폭행/상해에서도 상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01년의 경우 30대가 전체 형법 범죄자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1%로서 가장 많고 40대가 26%, 20대가 21%, 50대 이상은 12% 정도로 나타나는 반면 10대는 11%의 구성비를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90년대 들어 35세 미만층의 비율이 대체로 줄어드는 반면, 41세 이상층은 대체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IMF시대 원년인 1998년 이후 더욱 뚜렷해서 IMF시대의 고통이 특히 이 연령층에 가중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최근에는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살인, 강도, 폭행/상해, 성폭력 등 폭력성 범죄에서 고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교육수준별 분포를 보면 지난 37년 동안 불취학과 초등학교 학력의 범죄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중학교 이상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교 이상의 비율이 크게 늘어남으로써 범죄자의 교육수준이 높아진 경향을 보인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전반적인 교육수준의 향상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에서 재산범죄와 폭력성범죄자가 늘고 있고 특히 폭력성범죄(살인, 강도, 폭행/상해, 성폭력 등)에서 대학 이상층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폭력사범도 고학력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IMF시대 도래이후에 더 확연해져서 IMF시대의 고통이 고학력층에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혼인상태별 분포는 대체로 볼 때 미혼자의 비율은 줄어드는 반면, 유배우자와 이혼 등(이혼 및 사별)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98년 이후 더욱 뚜렷하다. 형법범 전체, 절도, 사기 범죄에서 이혼이나 사별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사기범의 경우 98년 이후에 10% 이상을 유지하면서 계속 증가추세에 있어 주목된다. 또한 미혼자에 의한 강도범은 줄어들고 유배우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였는데 이 역시 98년 이후 확연하다. 그리고 성폭력 사범에서도 유배우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이 눈에 띤다.

범죄의 동기면에서는 대체로 우연적 동기의 비율이 크게 늘고 있으며 절도, 사기, 강도 등의 범죄에서 경제적 동기가 줄어드는 반면, 특히 살인, 폭행/상해는 우연적 동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추세에 있다. 이러한 추세 역시 IMF시대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범죄자의 공범유무를 보면 단독범이 대체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폭력성범죄에서 단독범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즉 살인, 강도, 폭행/상해, 특히 성폭력에서 단독범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기는 공범이 다소 느는 경향을 보인다.

범죄자의 전과별 분포의 변화는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초범자(전과무)의 비율이 크게 줄어들고 전과자의 비율은 눈에 띠게 느는 추세이다. 사기, 절도 범죄같은 재산범죄에서는 1범, 1-2범도 증가하나 4범 이상은 더욱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폭력성 범죄인 강도, 폭행/상해, 폭처법 등은 전과자 모두 증가하기는 하나 IMF시대 원년인 1998년 이후에 4범 이상이 급증하고 있다. 재산범 및 폭력범 모두에서 상습전과자 비율의 증대는 범죄자 집단의 질적 변화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징표로서 범죄통제의 측면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다.

 

 최인섭(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