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몸짱 열풍, 폭식증·거식증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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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검찰수사 발표에 실망"
마라톤과 구멍난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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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욕하면 지는 法 없나?
폭식증은 위·식도 손상되고 치아 에나멜 부식
거식증은 무월경증·골다공증·대뇌 위축 등 초래
젊은 여성에 많아… 요즘엔 아줌마·청년도 발병

[조선일보 임호준 기자] “작년 말은 끔찍했죠. 크리스마스 이브에 머리 감고 다음해 1월 6일에 세수를 했으니까요. 하하하, 물론 집 밖에도 안 나갑니다. 잠만 잤죠…. 극도로 지저분…. 긴장도 풀리고 맘은 편한데 그 많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먹고 토하고 잠자는 것밖에 없더군요.”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 마음과 마음 홈페이지에 올린 한 폭식증 환자의 글이다. 또 다른 식이장애 환자는 “사춘기부터 시작된 이 무시무시한 병을 고치고 싶어요. 지금도 너무 괴롭고 삶의 의욕도 없고 죽고 싶은 맘뿐입니다”라고 썼다.

식이장애 클리닉 인터넷 홈페이지나 식이장애 인터넷 카페 등의 게시판을 클릭하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글들이다.

몸매와 다이어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지나친 압박감 때문일까? 폭식증과 거식증 등 식이장애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은 하루 20여명씩 연간 400여명의 식이장애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또 다른 전문 클리닉도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최근 환자가 늘어났다. 식이장애 환자 모임인 인터넷 카페도 급증해 다음카페 ‘Beauty People’엔 3800여명, ‘FREE美-LOVEME’엔 1200여명이 현재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환자임을 극구 부인하므로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는 환자는 전체의 1%도 안 된다”며 “20대 여성의 4~5% 정도가 식이장애 환자인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마음과 마음 클리닉 이정현 원장은 “식이장애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주로 발병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10배 정도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엔 미혼 남성이나 아줌마 환자, 심지어 초등학생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며 “최근의 ‘몸짱 열풍’은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부채질 해 병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식이장애에 걸린다고 알고 있지만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심하면 생명까지 앗아가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거식증은 극심한 영양 결핍, 탈수증, 무월경증(남자의 경우는 성욕감퇴), 골다공증, 신장·심장 기능저하, 난소·자궁 위축 등이 초래되며 심하면 대뇌도 쪼그라든다.

폭식증의 경우 잦은 폭식과 구토 때문에 위와 식도가 손상되며, 체내 전해질 균형에 이상이 오며, 위산이 넘어와 치아의 에나멜도 쉽게 부식된다. 심한 경우 식도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백상 식이장애클리닉 강희찬 원장은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그 밖에도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강박장애로 이어지며 때로는 자살이나 살인 등의 돌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폭식증 환자가 거식증 환자보다 5배 정도 많으며, 폭식증보다 거식증의 치료가 훨씬 어렵다”며 “거식증은 치료를 해도 재발이 잘되며, 심각한 경우 사망률이 5~18%에 이르는 것으로 외국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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